뒤늦게 본 <룩 백> 애니메이션
영화를 본 지 1주일 만에 2년 전에 나온 애니메이션 버전을 봤습니다.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57분. 참고로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 버전은 100분.
사실 <룩 백> 애니메이션 버전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서, 궁금해서 봤습니다. 나도 그 감동을 느껴야지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이미 서사를 모두 알고 있고, 그 슬프고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서사 자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해서, 보는 내내 작품 자체를 즐겼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애니메이션을 봤어요. 재밌었는데, 이게 애니메이션의 장점인지 이야기의 장점인지를 분간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거죠.
고레에다 감독의 스타일과 리듬에 비하면 애니메이션은 확실히 질주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뭐랄까 하고 싶은, 해야 할 말만 하는 것 같았어요. 화려한 색감과 과장된 표현으로 만화의 특징이라 할 것들을 잘 살린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깔끔하죠. 하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저는 영화가 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제가 영화를 보면서 좋았던 부분들이 영화에만 있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사각사각하는 연필, 펜, 스타일러스 펜 소리들, 방에 들이닥치는 실제의 햇살, 후지노와 쿄모토가 돌아다니는 사계절의 풍광, 그리고 35mm 필름 촬영으로 만들어진 영화 전체를 잡아주는 따뜻한 색감 같은 것들이요.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5년 전에 나온 (한국에서는 4년 전) 원작이 쿄애니 방화 사건과 잇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친한 사람들, 한때 함께했던 사람들과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하고 다른 길을 가기도 하는 그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나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봤었는데, 사실은 실제로 추모하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거죠. 그래서, 영화를 곱씹는 과정에서 감정이 더 크게 동요했었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