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아직은(?) 사람
요즘 AI 에이전트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짬짬이 하고 있는데, 반복하다 보니 무언가 감이 잡히는 것도 있고, 여전히 잘 안 되는 것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잘 됐던 걸 반복하고 있고요.
스트라이프 디자인 총괄 케이티 딜의 강연을 듣다 보니 마음이 동했습니다. 요즘 AI로 뭔가를 만들어 보면서 느끼는 것들과 맥락이 닿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얼마 전에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좀 했는데, 제가 강조했던 것도 '판단'이었어요. 기계의 결과를 믿지 말고 사람이 판단해야 한다는 것. AI는 사람들의 지시를 빠르게 수행한 후 자꾸 다음 지시를 재촉합니다. 그리고 보통 사람이 끌려가죠. 달콤한 유혹이거든요. 이걸 벌써 만들었다고? 그럼 다음 작업의 결과도 보고 싶은 거예요. 또 해봐, 또 해봐... 마치 재롱잔치의 아기들 보며 박수치는 것처럼.
분명히 도구는 바뀌었어요. 도구가 바뀌니 사람은 하지 않았던 작업을 맡아서 해야 합니다. 기계(AI)가 이것도, 저것도 자기가 할 줄 안다며 사람이 하던 일을 가져가고 있고, 개발 쪽은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도구를 바꿔 쥐고, 예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혹은 예전에 덜 했던 일을 찾아서 해야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무언가를 만들면서 이렇게 많이 판단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때는 '만들면 다행'이고, '이 정도면 훌륭했'다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기계가 코딩을 해주니, 내 생각이 너무 빨리 검증이 되는 거예요. 처음 시작은 '이런 거 만들면 재밌겠지?'였는데, 얼마 안 지나 '이거 재밌는 게 맞나? 지금 잘 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럼 다 시 원점부터 생각합니다. '이게 의미 있는 게 맞나?'
문제는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도 마치 프리스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기계는 다음 일거리를 달라고 재촉을 한다는 거죠. 이때 거기에 끌려가면 망하는 겁니다. 내 가벼운 생각 사이에 숨어있던 작은 가치를 발견하고 닦고 들여다봐야 하는데, 기계에 이끌려 멀리 가버리고 맙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확실히 무언가를 만들면 배우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그리고 내 의도를 곱씹게 됩니다. 원래 생각은 뭐였는지 찬찬히 생각하게 되고요. 계속 판단을 해야 해요. 기계는 아직까지는 재촉을 할 뿐이고, 판단은 사람이 해야 하니까. 아직까지는 사람이 할 일이 있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