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잘못 짐작해서 더 놀랐던 <룩 백>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가 어디까지 각색된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우리 가족은 나 빼고 만화, 애니메이션 모두 다 봤거든요. 똑같다는 답변을 받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왜 저는 <룩 백>이 청 춘과 우정을 다룬, 그것도 학창 시절에서 길어야 대학 시절까지를 다룬 작품일 거라고 지레짐작해 왔던 것일까요.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해가 갑니다.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홍보할 때 왜 이야기를 더 하기가 애매했는지요. 더 설명하면 길어지고, 길어진다고 그 미묘한 느낌이 전달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 안 되지만 이해가 가고, 그러다 보니 말도 되는 것 같고. 이야기의 진행으로서는 이상한데, 그게 이해돼서 등장인물에게 더 공감하게 되는 느낌을 설명하기가 어려웠겠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만화, 애니메이션과 똑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스포를 당하지(?) 않고 영화를 본 게 너무 좋았어요.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내고 완성해 낸 원작자인 후지모토 타츠키가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그걸 영상으로 잘 만들어 낸 고레에다 감독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멋진 장면이 참 많습니다. 시간과 계절을 가리지 않고 앉아서 만화를 그리는 장면들, 후지노가 쿄모토에게 허세를 부리고 돌아서 비를 맞으며 집에 오는 장면, 후지노와 쿄모토가 돌아다니며 보여주는 다양한 풍경이 담긴 장면들, 둘을 이어 준 일상 코미디 네 컷 만화에서 첫 번째 컷인 "나오지 마!"만 찢겨 문 틈 사이로 툭 나오는 장면, 쿄모토가 그린 풍경들을 후지노가 바라보는 장면까지 모두 멋졌습니다. 이야기에서도 덜어낼 것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림을 못 그리고, 그림 그리는 일을 해본 적이 없으며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을 대단하게 생각하는데, 영화 내내 들리는 사각사각 소리를 들으며 저런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 건 너무 멋지고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어요.
고레에다 감독은 확실히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 때 빛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