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글쓰기
1
형욱이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내가 멀리 있을 때 나에게 선물로 보내준 전우익씨가 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라는 책을 다 읽지 않았다. 한 몇십 페이지 넘기다가 그냥 덮었는데, 왜 그런고 하면 '책이 진실된 방법을 통해 쓰여지지 않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 책에는 지은이가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농사꾼임을 자처하는 글들이 모여 있지만 틈을 내서 이리저리 소위 유명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사람은 분명히 평범한 농사꾼은 아니겠지.
그런데, 책 제목부터 사투리로 짓고, 각 언론들도 '농사꾼에게 듣는 농사이야기'라고 홍보를 하고 있는 게 이치에 닿지 않게 느껴졌다. 물론 이건 지은이의 의도라기 보다 는 출판사의 의도라고 추측할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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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책은 세상의 변화에 대해 갈망하는 생각을 시골 이야기에 슬쩍슬쩍 덧입혀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글에서는 자신을 아무것도 모르고 힘도 없는 농사꾼이라고 낮추고 있지만, 매 글마다 '세상이 이러면 안되겠지요...' 라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사실은 '사람들은 내 말을 들어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갑자기 흥미가 뚝 떨어진 것이지.
2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예전에 내가 류시화 시인을 좋아한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의 시를 읽으면 자신이 바라본 사물, 자연을 보며 다른 것들을 대입시키는 방법으로 쓰여진 시들. 어떤 사물,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적지만 슬쩍슬쩍 자신의 생각을 옮겨놓는 시들.
나는 그 시들이 '이건 그저 내가 경험한 것 뿐이지만, 그게 어떤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걸 멋있게 보았다. 평상시에도 경험을 중요시하는 나이기 때문에.
3
가끔 인터넷에서 글을 잘 쓴다는 몇몇 사람들의 글에서 비슷한 패턴을 발견하는데, 그건 바로 '글의 주제를 논리적인 측면으로 분석해놓고 마지막 한 두 문장은 상당히 감상적으로 적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인간성 상실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다가 마지막 문장에 '어렸을 때 할머니가 해주셨던 따끈한 콩나물국이 먹고싶다'고 하거나, 부의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는 글을 적다가 마지막 문장에 '몇년 전 헤어져서 의사와 결혼한 이성친구는 지금쯤 잘 살고 있는지' 같은 글들.
원래 사람들은 감 정에 호소하는 글을 읽는 걸 좋아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떤 일정한 유행 같은 걸까.
4
'어떠어떠한 글이 잘 쓴 글이다-'라는 정의를 내리긴 힘들지만, 적어도 요즘 생각엔 '진실한 글이 잘 쓴 글' 같다. 최소한 지금의 나에겐 그래야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 진실이 내용에 있든 스타일에 있든지 간에. 본심이 있는데 그걸 감추고 다른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글들은 말고.
